그라파

bangmang_monster · 2026-06-11 · 조회 12

그라파(Grappa)는 이탈리아의 전통 증류주로,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찌꺼기(포마스, pomace)를 증류해서 만든다.
포도 껍질, 씨, 줄기 등 와인 양조의 부산물이 그라파의 원료이다.
버려질 재료에서 탄생한 술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 특유의 절약 정신이 묻어난다.

과거의 그라파는 거칠고 강한 술이었다.
포도 찌꺼기를 대충 증류해서 만든 농부의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맛도 세련되지 못했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소규모 장인 증류소들이 기술을 혁신하면서 그라파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현대 프리미엄 그라파는 단일 품종 포도(모노비티뇨, monovitigno)의 찌꺼기로 만든 것이 많다.
네비올로, 모스카토, 바르베라 같은 유명 품종의 그라파는 각각 전혀 다른 풍미를 보여준다.
모스카토 그라파는 꽃향이 화려하고, 네비올로 그라파는 타닌이 느껴지는 무게감이 있다.

숙성하지 않은 그라파(비앙카, bianca)는 투명하고 포도 본연의 향이 선명하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그라파(인베키아타, invecchiata)는 호박색을 띠며 바닐라와 스파이스 뉘앙스가 더해진다.
최소 12개월 숙성이면 인베키아타, 18개월 이상이면 리제르바(riserva)로 분류한다.

이탈리아에서 그라파는 식후주(디제스티보)로 마시는 것이 전통이다.
에스프레소에 그라파를 넣은 카페 코레토(caffe corretto)도 유명하다.
에스프레소를 마신 뒤 빈 잔에 그라파를 넣어 커피 잔여물과 함께 마시는 레센틴(resentin)이라는 풍습도 있다.

TMI: 그라파의 품질 혁명을 이끈 선구자는 자코포 폴리(Jacopo Poli)와 노니노(Nonino) 가문이다.
특히 노니노 가의 잔놀라 노니노(Giannola Nonino)는 1973년 최초의 단일 품종 그라파를 만들어 그라파를 고급 증류주의 반열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