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의 세계
bangmang_monster · 2026-06-08 · 조회 3
홉(hop)은 맥주에 쓴맛과 향을 부여하는 꽃 식물이다.
학명은 훔룰루스 루풀루스(Humulus lupulus)이고, 사용하는 부분은 암꽃의 솔방울 모양 꽃차례(cone)이다.
이 안에 루풀린(lupulin)이라는 노란색 수지 알갱이가 들어있는데, 여기에 쓴맛 성분(알파산)과 향 성분(에센셜 오일)이 농축되어 있다.
홉을 맥주에 넣기 시작한 건 중세 유럽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그루트(gruit)라 불리는 각종 허브 혼합물을 사용했다.
홉이 그루트를 밀어내고 맥주의 필수 재료가 된 이유는 방부 효과 때문이다.
홉의 항균 성분이 맥주의 유통기한을 크게 늘려주었다.
홉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크게 비터링 홉(쓴맛 위주)과 아로마 홉(향 위주), 그리고 둘 다 겸하는 듀얼 퍼포스 홉으로 나뉜다.
지역별 특성도 뚜렷하다.
유럽 대륙(독일, 체코)의 노블 홉은 꽃, 허브, 스파이시한 향이 은은하고, 미국산 홉은 시트러스, 열대과일, 소나무향이 강렬하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홉은 구스베리, 패션프루트 같은 독특한 향이 특징이다.
홉을 넣는 시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끓이는 초반(60분 이상)에 넣으면 알파산이 이성질화(isomerization)되면서 쓴맛을 낸다.
끓이는 후반(10분 이하)이나 불을 끈 직후에 넣으면 향기 성분이 보존되어 아로마가 살아난다.
발효 후에 넣는 드라이 호핑(dry hopping)은 열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쓴맛 없이 순수한 홉 향만 추출할 수 있다.
최근 인기 있는 홉 품종으로는 시트라(Citra, 열대과일향), 모자익(Mosaic, 복합 과일향), 갤럭시(Galaxy, 패션프루트향), 넬슨 소빈(Nelson Sauvin, 소비뇽 블랑 와인 같은 향) 등이 있다.
양조가들은 이런 홉을 조합해서 원하는 향 프로필을 설계한다.
TMI: 홉은 대마초(Cannabis)와 같은 과(科)에 속하는 식물이다.
둘 다 삼과(Cannabaceae)에 속하며, 생물학적으로 사촌 관계이다.
향기 성분 중 일부(테르펜)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