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니컬이란

bangmang_monster · 2026-04-15 · 조회 6

보태니컬(botanical)은 진에 향과 맛을 부여하는 식물성 원료를 통칭하는 말이다.
허브, 향신료, 과일 껍질, 꽃, 씨앗, 뿌리, 나무껍질 등이 모두 보태니컬에 해당한다.
진은 본질적으로 보태니컬로 향을 낸 증류주이고, 어떤 보태니컬을 어떤 비율로 사용하느냐가 진의 맛을 결정한다.

주니퍼 베리(juniper berry)는 유일하게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보태니컬이다.
주니퍼가 없으면 진이 아니다.
주니퍼는 솔잎 같은 청량감, 약간의 후추 같은 매운맛, 나무 같은 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 복합적인 향이 진의 뼈대를 구성한다.

주니퍼 외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보태니컬로는 고수(코리앤더) 씨가 있다.
코리앤더 씨는 시트러스하면서도 너티(nutty)한 향을 내며, 주니퍼와 다른 보태니컬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안젤리카 뿌리는 흙내음과 함께 다른 보태니컬의 향을 붙잡아주는 고정제(fixative) 기능을 한다.
오리스 뿌리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감초(리코리스)는 은은한 단맛을, 카다멈은 스파이시한 향을, 시나몬은 따뜻한 풍미를 더한다.
레몬 껍질과 오렌지 껍질은 시트러스의 산뜻함을 가져온다.
이런 클래식한 보태니컬 조합이 전통적인 런던 드라이 진의 기본 레시피이다.

크래프트 진 시대에 들어서면서 보태니컬의 범위가 극적으로 넓어졌다.
일본 진은 유자, 산초, 벚꽃잎, 녹차를,
한국 진은 오미자, 매실, 감귤을,
호주 진은 레몬 머틀, 타즈매니안 후추를 사용한다.
지역의 토착 식물을 보태니컬로 활용하면서 진에 지역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이 글로벌 크래프트 진의 트렌드이다.

보태니컬의 수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진은 아니다.
수십 가지 보태니컬을 넣어도 조화가 없으면 복잡하기만 하고 산만한 맛이 된다.
반대로 6~7가지 보태니컬만으로도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 진이 있다.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조화이다.

TMI: 봄베이 사파이어의 라벨에는 10가지 보태니컬이 모두 적혀 있다.
대부분의 진이 보태니컬 레시피를 비밀로 유지하는 것과 달리 공개한 드문 사례이다.
하지만 비율은 여전히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