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는 정말 무색무취인가
bangmang_monster · 2026-10-03 · 조회 3
미국 TTB(Alcohol and Tobacco Tax and Trade Bureau)의 규정에 따르면 보드카는 특징적인 맛, 향, 색이 없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 때문에 보드카는 맛이 없는 술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이 정의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보드카의 세계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완전히 무색무취무미한 것은 순수 에탄올과 물의 혼합물뿐이다.
실제 보드카는 아무리 여러 번 증류하고 여과해도 미량의 풍미 화합물이 남아 있다.
에스테르, 알데히드, 고급 알코올 같은 미량 성분들이 보드카의 미묘한 맛과 향을 형성한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보면 보드카 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밀 보드카의 부드러운 단맛, 호밀 보드카의 스파이시한 뒷맛, 감자 보드카의 크리미한 질감, 포도 보드카의 과일 뉘앙스는 주의를 기울이면 구분할 수 있다.
물의 미네랄 함량, 증류 방식, 여과 수준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유럽의 보드카 전통국(러시아,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은 미국의 정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보드카는 원재료 고유의 미묘한 풍미가 품질의 핵심이다.
2006년 EU에서 보드카 원료 규정을 둘러싼 이른바 보드카 전쟁이 벌어졌는데, 전통국들은 곡물과 감자 이외의 원료(포도, 사탕수수 등)로 만든 것에 보드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에 반대했다.
보드카는 다른 증류주에 비해 풍미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무색무취라는 표현은 과장이다.
좋은 보드카와 나쁜 보드카의 차이는 분명히 있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원료, 증류, 여과, 물의 품질이다.
TMI: 스웨덴의 앱솔루트 보드카가 1979년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무색무취라는 보드카의 정의를 역이용한 마케팅을 펼쳤다.
병 디자인과 아트 콜라보레이션에 집중한 것인데, 맛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우니 이미지로 차별화한 천재적인 전략이었다.